필자가 김 충기 목사님을 만나게 된 것은 하나님의 특별하신 섭리라고 생각한다.  김 목사님을 뵙지 못했다면 침례교회에 발을 들여 놓지도 않았을 것이고 침례신학대학교 신학대학원에 입학하지도 않았을 것이고 침례교 목사도 침례교 신학자도 되지 않았을 것이다.  대학시절 필자는 정신적 영적 방황을 많이 했고 또한 육체적 고통까지 겪으며 인생을 포기하고 싶었던 때가 한 두번이 아니었다.  대학을 졸업한 후, 그러한 고통스런 방황 중에 여의도 순복음중앙교회 주일예배를 참석하면서 강퍅했던 마음의 문이 서서히 열리기 시작해서 결국 무척 체험적으로 예수님을 만나게 되었다.  갓 예수님을 믿은 후 필자는 합동측 장로교의 매우 보수적인 교회의 청년부로 인도를 받게 되어 영적인 갓난 아기 시절을 보내었다.  순복음교회 목사가 될뻔도 했고 장로교 목사가 될뻔도 했는데, 김충기 목사님을 만나면서 필자는 침례교 사역자가 될 수 있었는데, 이 사실이 얼마나 감사한지 이루 다 말로 표현할 길이 없다.

  필자가 예수님을 영접한 지 며칠 되지 않았을 때(1977년 11월) 강남중앙침례교회의 수요예배에 참석하게 되었다.  당시 김 목사님께서 허허벌판 강남 땅에 교회를 시작하신 지 1년 반 정도밖에 되지 않은 개척시절이었다.  아래 층 중국식당에서 모락모락 올라오는 짜장면 냄새를 맡으며 드린 수요예배였지만 예배분위기는 생동감이 넘쳤고 김 목사님의 설교말씀은 구원받은 감격에 흥분되어 있던 필자의 영혼에 풍성한 빗줄기와도 같았다.  한 영혼 한 영혼이 너무나도 소중했던 개척교회 목사에게 한 청년의 방문이 예사롭게 느껴지지 않았든지 김 목사님은 예배가 끝난 후에 필자를 그냥 보내지 않으셨다.  김 목사님은 여러 차례 몇장 몇절을 말씀하시면서 필자로 하여금 성경을 찾아서 읽도록 하셨다.  구원받은 사실을 확신시켜 주는 하나님의 말씀들이었고 구원받은 자가 어떻게 살아야 하고 어떻게 교회를 섬겨야 하는지를 일깨워 주는 말씀들이었다.  차근차근 성경을 공부하며 예수님을 충분히 알고 믿었던 것이 아닌 필자로써는 수요일 밤 김 목사님과의 대화라는 한 작은 사건이 지금도 뇌리에서 지워지지 않은 소중한 추억이다.

  결혼을 하고 신혼살림을 강남 지역에서 시작하면서 필자와 아내는 당연히 강남중앙침례교회에 출석하게 되었다.  비로소 성경 말씀을 제대로 배우며 신앙과 신앙생활이 체계를 잡기 시작했고 1979년 10월 김 목사님으로부터 침례를 받으면서 하나님 나라를 향한 소명감을 재확인하게 되었다.  이듬 해 강남중앙침례교회와 김 목사님의 추천을 받아 침례신학대학교 신학대학원에 입학하게 되었고, 침례교 사역자로 준비되어지는 과정에서도 사랑과 관심 그리고 기도의 후원을 받게 되었다.

  김충기 목사님은 기독교 성역 40년 그리고 강남중앙침례교회 담임목회 사역 26년, 하나님으로부터 부르심을 받고 요긴하고도 크게 쓰임받은 하나님의 종이시다.  그의 목회사역의 성격을 여러 가지로 장황하게 설명할 수 있겠으나 필자는 아래와 같이 요약하고자 한다.

  첫째로, 김 목사님은 한 영혼을 천하보다 귀하게 여기시는 목회를 하셨다.  김 목사님에게는 예수 없는 영혼이 불쌍했고 예수 없는 삶은 그 자체가 불행이었다.  그래서 주일 예배 설교에서나 시골 교회 부흥회에서나 예수님만을 선포하셨다.  오직 한 길 예수 그리스도, 이 길만이 천국에 이르는 유일한 길이었다.  김 목사님은 한 영혼이 예수를 믿고 죄 사함을 받고 영생을 얻고 천국에 이르도록 인도하는 것이 목회의 가장 중요한 첫 번째 목표였다.  그것은 바로 예수님의 마음이었고 예수님이 이 땅에 오신 목적이었다.  그렇기 때문에 김 목사님에게 칼빈주의니 아르미니안주의니 보수주의니 자유주의니 해방신학이니 민중신학이니 하는 것은 언어의 유희요 지성의 사치일뿐이었다.  하나님의 은혜로 그리고 예수를 믿음으로 구원받는다는 성서의 가르침을 쉽고도 단순하게 선포하실뿐이었다.  

  한 영혼에 대한 지극한 관심은 어린이 주일학교와 중고등부 사역에 대한 김 목사님의 남다른 관심에서 잘 드러난다.  백지장과도 같은 깨끗한 어린 영혼들에게 복음의 씨앗을 심는 일을 그 어떤 일보다 중요하게 여기셨다.  김 목사님은 1976년 2월 1일 교회를 창립하시자마자 제일 먼저 하신 일들 가운데 하나가 유년주일학교를 시작하신 것이다(2월 8일).  겨우 14명의 어린이들로 시작된 주일학교였지만 이들은 하나님 나라에서 너무나도 소중한 영혼들이었다.  이렇게 시작은 미약했으나 그 해 여름성경학교에는 79명의 어린이들이 참석하여 하나님의 말씀을 배우며 신앙훈련을 받았다.  이들이 지금은 중년의 크리스챤 신사 숙녀들로 성장하여 각자 처한 환경에서 하나님 나라의 확장을 위하여 부지런히 봉사하고 있을 것이다.

  둘째로, 김 목사님은 철저하게 말씀 중심의 목회를 하셨다.  요즘엔 어떤 좋은 별명을 가지고 계신지 모르지만 강남교회 개척 당시 김 목사님의 별명은 "몇장 몇절 목사님"이었다.  설교 중에 성경 말씀을 줄줄이 외우시는 것을 들으면 탄성이 절로 난다.  성경귀절들이 주제별로 머리 속에 입력이 되어 있는지 어떤 주제에 대해 말씀을 시작하면 "요한복음 몇장 몇절," "로마서 몇장 몇절," 사도행전 몇장 몇절,". . . . 끊임 없이 흘러 나오는 성경귀절의 말씀들이 듣는 이들의 영혼을 찌르기도 하고 싸매기도 하고 책망하기도 하고 치료하기도 한다.  성경 말씀 그 자체가 영적인 파워로 역사를 한다.  아예 김 목사님 자신이 성구사전이 아닌가 하는 착각에 빠지기도 하였다.

  물론 김 목사님의 지능지수가 높기도 하겠지만 지금 생각하면 누구도 상상 못할 각고의 노력이 있었기에 가능했으리라 생각한다.  김 목사님은 "(위로부터) 능력을 받아야 돼야"라고 말씀하시지만, 성령의 강권적인 역사와 함께 성경암송을 위해서 뼈를 깎는 남다른 노력을 하셨을 것이다.  아마 젊은 시절 시골교회를 섬기면서 힘들고 어려우실 때마다 성경의 약속들을 붙드시고 부지런히 하나님의 말씀을 암송하여 마음판에 새기는 것을 습관적으로 하셨기 때문에 맺어진 열매라고 사료된다.  하나님의 말씀이 풍성하게 입력되어 있으니 김 목사님에게 있어서 설교준비라는 것이 따로 없고 또 별로 부담스러운 것도 아니었을 것이다.  언제든지 꺼내어 쓰실 수 있는 원색적인 복음이 준비되어 있었기 때문이다.

  동시에 김 목사님은 설교제목과 관련해서 두 개의 성경본문을 제시하곤 하신다.  구약성서에서 한 군데, 신약성서에서 한 군데.  신구약 성서를 넘나들며 성경말씀을 인용하시고 특히 구약에 광범하게 흩어져 있는 성서적인 예화들을 불러내어서 설교를 박진감 넘치게 이어가신다.  침례교 목사들이 신약성서에 치우치는 설교를 자주 하기가 쉬운데 김 목사님은 구약성서와 신약성서의 균형을 추구하며 설교해 오셨다.

  셋째로, 김 목사님은 서울 강남지역에서 대형교회의 목회를 하셨지만 항상 소박하고 소탈한 목자상을 견지하셨다.  요즈음 들어서 목사도 마치 연예인처럼 인기직업인처럼 되어가고 있고 따라서 도회풍의 세련된 세일즈맨의 목자상을 가진 목사들도 없지 않은 것 같은데, 김 목사님은 여전히 시골 농부 아저씨의 순박함을 지니고 계신다.  생활 속의 구수한 이야기 속에는 듣는 이의 마음에 뭔가 와닿는듯한 친밀함이 있고 가끔 터뜨리시는 너털 웃음 속에는 마치 시집 간 딸이 친정 아버지를 만난 것 같은 후텁함이 있다.  김 목사님에게는 특유의 인간적인 따뜻한 매력이 있다.  그것은 하나님을 사랑하고 인간을 사랑하는 그리스도인의 꾸밈없는 인격에서 나오는 매력이다.

  김 목사님을 가까이에서 대하면 조심스럽거나 긴장된 마음자세는 사라지고 편안하고 느긋한 마음이 생긴다.  김 목사님의 말투와 표정은 만나는 사람을 편안하게 해주는 매력이 있다.  그것은 사람을 끌어당기는 자력과 같은 것이다.  목회란 사람들을 끌어당겨 예수님께로 인도하는 것이라면, 목회자는 사람을 잡아당길 수 힘이 있어야 하는데 김 목사님에게는 그러한 힘이 느껴진다.  결국 그것은 사랑의 힘인 것이다.  필자가 5개월 된 갓난 아기를 안고 아내와 함께 유학길에 올랐을 때, 김 목사님께서 손수 공항까지 나오셔서 송별해주시고 기도해 주시며 격려해 주셨던 때를 생각하면 지금도 그 때 가졌던 감사한 마음을 잊을 수 없다.  

  넷째로, 김 목사님은 침례교회와 침례교단을 지극히 사랑하시며 목회를 하셨다.  교파와 교단의 존재는 어쩔 수 없는 현실이다.  초교파, 무교파를 부르짖는 사람조차도 그 자체가 교파가 되어버리는 것이 현실이다.  어차피 하나님 나라를 위해 이 세상에서 일하려고 하면 일정 교파나 교단에 몸을 담고 동역자들과 서로 협력하며 사역할 수밖에 없는 것이 현실이다.  김 목사님은 한 번도 침례교 목사가 된 것을 후회해 본 적이 없는 것으로 필자는 알고 있다.  1960년대와 70년대에 침례교 목회는 장로교나 감리교 등의 목회에 비해서 상대적으로 무척 힘이 들었다.  심지어 침례교회는 이단이라는 소리까지 듣기를 감내해야 했던 때도 있었다.  다른 교파에서는 간판만 번듯이 달아놓으면 신자들이 교회당을 찾아왔다지만 침례교회에서는 불신자들을 전도하기도 쉽지 않았고 사람들을 교회당으로 인도해 오기도 쉽지 않았다.  그만큼 침례교 목회가 쉽지 않았다.  빌리 그래함 전도대회나 지미 카터 미국 대통령의 방한 그리고 미 남침례교 선교부의 협조로 이루어졌던 한미전도대회 등과 같은 사건들을 통해서 침례교회에 대한 한국민들의 인식이 점차 바뀌어 가긴 했지만, 지금도 침례교 사역에는 적지 않은 난관들이 기다리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김 목사님은 자신이 침례교 목사인 것에 대해 자부심을 잃으신 적이 없었고 침례교회를 담임하는 침례교 목사요 부흥사인 것에 대한 긍지가 대단하셨다.  요즘에는 전도의 필요 상 교회이름에 침례라는 말을 쓰지 않고 "(기독교한국침례회) 00 교회"라는 이름으로 표기하는 교회들이 있지만, 김 목사님은 언제나 "강남중앙침례교회"임을 고집하셨다.  이러한 그 분의 고집은 서울 강남지역에 침례교회의 존재를 알리고 홍보하는데 지대한 영향을 끼쳤을 것임은 의심의 여지가 없다.  김 목사님이 침례교 목사로써의 정체성을 분명히 가지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많은 다른 교파의 교회들에서 부흥회 강사로 초청하고 있음은 그의 설교가 복음적이고 성서적인 이유인 때문이리라 생각한다.  강남중앙침례교회의 간판이 서울 강남 핵심지역의 도로변에 우뚝 서 있음에 감사를 드린다.

  다섯째로, 김 목사님은 지난 40여년 간의 목회사역과 부흥사역의 열매들을 하나님께 드리며 오직 영광을 그 뿐께만 돌리는 자세를 가지고 계신다.  거저 하나님으로부터 부르심을 받아 한 세대 동안 요긴하게 쓰임받은 것에 감사할 따름이라는 것이다.  말씀을 그 입에 담아주신 분도 하나님이시요, 일할 수 있는 건강을 공급해 주신 분도 하나님이시요, 목회사역을 위한 영력을 허락해 주신 분도 하나님이시니 오직 하나님께만 영광을 돌리고자 하는 자세를 가지고 계신다.  사실 많은 사역자들이 실패하는 것이 바로 이 부분이다.  하나님을 위해서 헌신적으로 온갖 고생을 마다하지 않고 사역했던 종들이 그 공로를 자기에게 돌리다가 공들여 쌓은 탑을 스스로 무너뜨리는 경우가 적지 않다.  하나님께 당연히 돌아가야 할 공로를 자신이 빼앗아 가지다가 낭패를 보는 경우가 있는 것이다.

  김 목사님은 한 시대 역사의 무대에서 하나님께 쓰임받은 것을 감사하며 이제 젊고 유능한 종을 그 무대에 세우고자 기도하고 계신 줄로 알고 있다.  김 목사님께서 온갖 정성과 헌신으로 우뚝 세워놓은 강남중앙침례교회를 이끌고 갈 차세대의 새로운 지도자를 하나님께서 조만 간에 불러내어 세우실 줄로 믿는다.  왜냐하면 하나님께서 그 교회의 주인이심을 믿기 때문이다.

  김 충기 목사님에게서 훈련을 받으며 거쳐간 수 많은 사역자들이 국내와 해외에서 하나님의 일꾼으로 봉사하고 있다.  영암회라는 모임이 바로 그것이다.  강남중앙침례교회의 교인  출신이든 그 교회에서 교육전도사로, 전담 전도사로, 부목사로, 혹은 협동목사로 봉사하다가 목회자나 목회사역자로 섬기고 있는 종들의 모임이다.  모두가 김 목사님의 신앙과 목회의 영향을 직간접적으로 입은 사람들이다.  이 모임의 회원들이 김 목사님 사역의 또다른 열매들임을 믿어 의심치 않는다.  모두 열심히 부지런히 사역하여 하나님께 영광을 돌릴뿐만 아니라 김 목사님의 기쁨이 되었으면 한다.

  40년 목회사역을 마무리하며 은퇴를 준비하고 계신 김 충기 목사님과 사모님 그리고 그 가족들에게 하나님의 평강과 은총이 충만하기를 기원드린다.  하나님께서 김 목사님을 향해 가지고 계신 새로운 비젼을 따라 남은 생애가 더욱 보람되고 더욱 행복하시기를 기도드린다.  은퇴는 새로운 시작이다.